결혼 할 때 들어오는 축의금이나 경조금 또는 부모님이 해주시는 혼수용품에도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늘은 이런 부조금이나 혼수품에도 세금이 부과되는 지와 어떻게 해야 증여세 과세를 당하지 않는 지에 대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금전을 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주면 세법상 ‘증여’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증여’에 해당하면 당연히 증여세를 과세해야 하죠. 그런데 우리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이 일어나는 무상 증여가 있습니다. 바로 경조사에 하는 경조금이죠. 지인이 결혼을 하게 되면 축의금 또는 부조금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현금이 무상으로 이전합니다. 또는 누군가 상을 치루게 되면 조의금 혹은 부의금이라는 이름으로 또 무상 이전이 일어나죠.
그런데 우리는 친구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내고 난 뒤 증여세를 냈다는 말을 들어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비과세 증여재산’에 이유가 있습니다. 잠시 세법의 일부 규정을 발췌하여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46조
비과세 되는 증여재산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 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상속세 및 증여세 법 시행령 35조
3. 기념품 축하금 부의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4.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위 규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법은 일상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경조금 등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과세하는 건 아닙니다. 단서가 하나 붙죠. 바로 ‘사회통념상’입니다. 예를 들어 내 결혼식에 친척이 참석하여 축하금으로 1억원을 주었다고 가정해 보면 이는 일반적인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상식 수준 밖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축의금과 증여세입니다. 축의금이 비과세라면서 왜 또 증여세 얘기를 하냐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분명 축의금이 원인이 되는 증여세가 있습니다. 위의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축의금의 액수 문제가 아니라 들어온 축의금이 어떻게 이동하냐는 문제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 지 모르시겠죠? 실제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A씨는 최근 결혼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한 지 얼마 안된 사회 초년생 이었고 결혼 후에는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해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세무서에서 주택 취득 자금에 대한 소명 요청을 받았습니다. 소위 얘기하는 ‘자금출처조사’죠. A씨는 꺼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돈도 아니고 본인이 모아 두었던 일부 자금과 결혼식 때 들어온 축의금 그리고 일부 대출을 받아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실히 소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A씨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세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게 되었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바로 축의금 부분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국세청은 축의금이 들어온 후 부모에게서 A씨에게로 증여가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건에 대한 판례를 한 번 살펴 보시죠.
“결혼축의금은 일반적으로 결혼 당사자보다는 혼주에게 귀속되는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결혼축의금 중 청구인에게 귀속되는 금액이 있음을 명백히 밝히지 않는 한 청구인에게 귀속되는 결혼축의금이 있다고 볼 수가 없는 바” (서울행정법원 1999.10.01)
“청구인이 주장하는 결혼축의금 중 청구인에게 귀속되는 금액이 있는지 여부 및 그 금액이 과연 얼마인지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아니하는 이 건의 경우 청구인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 (심판청구 조심2008서0806)
이런 판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축의금이 결혼식 때 들어오면 축의금마다 귀속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친구 분이 참석하여 축의금을 냈다면 이 축의금은 아버지의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축의금이 들어오고 난 후에는 이미 소유권이 결정되는 것이고 이렇게 소유권이 결정된 이후에는 아버지 소유의 축의금을 아들이 가져다 사용하면 증여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명확히 누구의 손님 축의금인 지가 구분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을 혼주의 축의금으로 보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따라서 A씨의 사례는 축의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축의금이 들어온 뒤 아버지에게 갔다가 다시 A씨에게 증여가 되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A씨의 경우 과세가 억울하여 심판 또는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위의 판결처럼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과세는 우리 상식을 좀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닥 이해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도 축의금을 받고 그걸 누가 쓰든 증여세가 과세 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위 사례는 부동산의 취득자금출처조사에서 자금 출처를 축의금으로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종종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상황을 대비는 해야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사용한 축의금이 ‘내’ 돈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러한 입증의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의 축의금과 나의 축의금이 구분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축의금을 받을 때 작성하는 장부나 방명록 혹은 계좌내역 등이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축의금을 낸 사람이 누구의 지인인 지가 보여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동산 등을 취득하면서 자금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일이 생겼고 그 중에 축의금이 있다면 위의 서류들을 준비하여 명확히 본인 축의금이라는 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결혼을 할 때 준비하는 혼수품은 결혼 당사자가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부모님이 준비해 주시기도 합니다. 이런 혼수품의 경우도 일종의 증여로 볼 수가 있는데요. 위의 세법 규정에서도 잠시 나와 있지만 ‘혼수용품으로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품’은 증여세가 비과세 됩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혼수용품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비과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규정을 하나 더 살펴보죠.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본통칙 46-35 [비과세 증여재산의 범위]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혼수용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하며 호화 사치용품이나 주택 차량 등은 포함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우리가 보통 생각할 수 있는 가구나 가전제품 등의 가사용품에 대해 비과세가 한정되는 것이고 고가의 예물이나 아파트, 자동차를 사 주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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