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화번호가 사기에 도용? 경찰 조사 및 대응 방법

종종 뉴스를 보면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도용해서 사기에 사용한 범죄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됩니다. 어떻게 자기 번호를 도용하는데 모를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당사자가 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 오늘은 이런 일로 경찰 조사를 받고 또 어떻게 대응 했는 지 방법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화번호 도용 경찰의 연락을 받다

어느 날 난데없이 집으로 등기 우편물이 날라왔습니다. 열어 보니 모 경찰서에서 보낸 출석 요구서이더군요. 내용은 내가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참 황당합니다.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휴대폰 하나 말고는 전화번호라는 게 없는데 어떻게 누가 내 번호를 가져다가 사기를 친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당황스런 마음을 접고 일단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 봅니다. 출석 요구서를 활용한 보이스 피싱일 수도 있다고 해서 출석 요구서에 나와있는 담당자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는 대신 해당 경찰서 대표번호를 인터넷에서 찾아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직원이 있는 지 물어보고 연결을 해달라고 했더니 실제로 있네요. 보이스 피싱은 아닌가 봅니다. 

담당 형사와 통화를 하는데 누군가(특정하지 못함) 내 전화번호로 사기를 쳤답니다. 일단 경찰은 저를 의심하는 것 같고 최소한 전화번호를 개통한 후 사기꾼에게 판 것으로 생각하는 늬앙스 이더군요. 억울하지만 모르는 전화번호를 말하는데 모른다는 말 외에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전화상으로는 안되고 출석하면 설명해 준답니다.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서 일주일 후에 출석하랍니다. 

 



 

경찰 조사를 받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무 잘못이 없어도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내 전화번호가 관계없다는 것을 뭔가 서류로 입증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사에서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통신사는 내 맘처럼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어떤 서류를 떼어야 하는 지 모르겠는데 통신사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내가 요청한 서류만 떼어줍니다. 

경찰과 첫 통화에서 말한 내 전화번호는 알고 보니 내가 사용하는 데이터쉐어링 번호이더군요. 통화도 안되고 문자도 안되는 이 번호로 어떤 사기를 쳤는 지 모르겠으나 해당 번호가 데이터쉐어링 번호라는 것은 어쨌든 내가 밝혀야 하니 일주일 동안 관련 서류를 준비합니다. 일주일 내내 계속 이 생각에 잠기게 되니 일도 잘 안되더라고요.

경찰서에 약속한 날에 출석합니다. 담당 형사를 만나 들어간 조사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모습은 아닙니다. 은행처럼 투명한 아크릴로 만든 부스가 여러개 있고 담당 형사와 피조사자가 앉아 조사를 하게 되는 말그대로 조사만을 위한 방입니다. 

 



 

사건의 전말

조사를 받다 보니 사건은 이렇습니다. 누군가 대출 관련으로 사기를 칩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세상 돌아가는 정보에 취약한 분들이 되고요. 방법은 모두 카톡이었습니다. 카톡으로 연락하고 카톡으로 대화하면서 몇 억대의 금액을 송금 받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데이터쉐어링을 사용하는 나의 단말기는 항상 제가 소지하고 있습니다. 카톡을 사용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킹을 하지 않는 이상 가입이 불가능할 것인데 어떻게 사용을 했을까? 심지어 이 단말기는 과거 사용하던 휴대폰이고 공장 초기화 후 유튜브와 티맵 외에는 어떤 앱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조사를 하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뭔가 조금은 카톡의 취약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결국엔 내 번호의 이전 사용자였습니다. 카톡은 일단 한번 인증을 받고 가입을 하고 나면 해당 인증 받은 휴대폰 번호가 해지되더라도 아이디만으로 구동이 되므로 휴대폰 없이도 카톡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번호를 다음 사용자가 카톡을 가입하면 이전 사용자의 카톡은 해지가 되는 식입니다. 저는 데이터쉐어링 단말기에 카톡을 설치하지 않아 이전 사용자의 카톡이 해지되지 않았고 이를 계속 이용한 모양이었습니다. 

 



 

대응 방법

다행히 저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기 용의자가 카톡을 시작한 시점이 제가 해당 전화 번호를 개통한 시점보다 먼저였습니다. 따라서 쉽게 조사가 끝났는데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단 경찰은 내 전화번호에 대해 사용자 개인정보와 개통일 같은 기본 정보는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통신사에 요청하여 기본적으로 개통 신청서 같은 기본 서류는 나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요금제 가입 서류, 특히 데이터 쉐어링을 이용하고 있다면 이 전화번호가 데이터 쉐어링 번호라는 것을 입증할 서류도 있어야 합니다.

통신사의 기본 서류를 발급했다고 하면 그다음은 해당 전화번호를 내가 항상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차에서 내비게이션 용도로 데이터 쉐어링 단말기를 사용햤다면 차에 비치되어 있는 사진 그리고 해당 단말기에 카톡이나 다른 앱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실 내 전화 번호가 연루되었다 해도 사기를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경찰이 입증해야 할 문제입니다. 내가 전혀 관계 없다면 이렇게 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경찰에서 계속 연락이 온다는 건 좀 사는데 귀찮을 수 있으니 저는 적극적으로 입증을 한 것입니다.